태고의 숲길

태고의 숲길
2-1 암남공원
2-2 볼레섬
2-3 묘박지와 관제탑
2-4 해안초소
2-5 해안난대림
2-6 해안단층
2-7 포구나무쉼터
2-8 외톨이새 황조롱이
2-9 일곱점무당벌레를 찾아보세요(암남공원의 곤충)
2-10 새들의 땅, 두도
2-11 국제수산물류무역기지
2-12 서구의 대표새(직박구리와 맷비둘기)
2-13 옛사람들은 꽃이름을 어떻게 지었을까?
2-14 다람쥐와 청설모
2-15 우리는 떠날 준비가 되었는가?(조각의 세계)
2-16 반딧불이가 사는 마을
2-17 사라진 포구들(모지포와 백지포)




2-1 암남공원

 여러분, 우리는 지금 부산에서 가장 생태보존이 잘된 암남공원에 들어가게 됩니다. 남해바다를 향해 우뚝하게 돌출한 55만여㎡의 이 암남공원은 청남색 바다와 적갈색 암벽 그리고 초록의 수풀이 어우러진 천혜의 경관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 비경은 일제시대에는 혈청소로 불리던 수의과학검역원이, 또 해방후로는 해안경비부대가 입구를 가로막아 반세기 이상 시민들의 출입이 통제된 금단의 시기에 이루어졌으며 해안난대림이 밀생한 깎아지른 암벽아래 몰래 잠입한 낚시꾼들이 어렵잖게 대물을 낚으면서 환상의 해안으로 소문이 퍼진 신비의 바닷가이기도 합니다.

 해방이후, 특히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1990년대를 전후로 이 천혜의 절경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어야 한다는 줄기찬 여론에 따라
 ▶ 1972년12월30일 건설부고시로 도시자연공원으로 지정되고 1982년부터 관계부처와 동물검역소 이전협의(지금의 수의과학검역원)를 시작하였으며
 ▶ 1996년4월5일 마침내 우선 제1차로 공원일부인 40만㎡을 개방키로 하고 각종 편의시설을 설치하여 개방하였으며
 ▶ 2000년 이후에도 비엔날레조각품14점을 설치하는 등 꾸      준한 노력 끝에 오늘의 아름다운 공원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제 해안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무역선이 옹기종기 정박한 묘박지와 굴곡과 침강이 심한 전형적인 리아스식 해안의 적갈색 단애와 용굴과 코굴로 불리는 해식동굴을 만날 것입니다. 또 푸른 솔숲과 해안난대림, 들꽃과 다람쥐와 나비는 물론 재갈매기와 민물가마우지등 많은 동식물의 식생을 관찰할 수 있을 것이며 덤으로 14점의 비엔날레조각품도 감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길이 경사가 심한 만큼 늘 안전에 유의하며 가도록 하겠습니다.



2-2 볼레섬

여러분 왼쪽 바다쪽을 한번 보십시오.
 조그마한 3각뿔 모양의 작은 섬과 그 남쪽으로 길고 널찍한 갯바위가 보일 것입니다. 저 섬이 바로 장군반도 끄트머리에 아슬아슬하게 붙어있는 아주 작은 섬 볼레섬입니다. 원래 동섬으로 불렸으나 송도해안볼레길을 끼고 있어 2010년 볼레섬으로 지명등록을 하였답니다.

 여러분, 섬은 보통 무인도와 유인도로 나누어지고 아주 작거나 낮아서 밀물이나 태풍때 파도에 묻히는 것은 여(嶼) 또는 갯바위라 부른답니다. 그러나 영토개념에 있어서는 헌법에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에 나오듯이 모든 갯바위도 당당한 영토로 편입되지요. 따라서 저 볼레섬도 그냥 작은 갯바위에서 올해 비로소 볼레섬이라는 멋진 이름과 새 지번으로 지도상에 등재되게 된 것이지요.

 여러분, 저 작은 섬 볼레섬도 사실 많은 역할이 있습니다. 우선 송도해수욕장이나 거북섬쪽에서 보면 아스라이 돌아가는 해안선에 하나의 작은 동그라미로 마치 해안산책로의 마침표처럼 정답고 살가우면서도 왠지 안타까운 듯 묘한 정취를 불러오지요. 볼거리의 볼레섬, 볼품있는 볼레섬인 것입니다.
 또 2003년 태풍 매미가 덮치기 전만해도 섬꼭대기에 제법 큰 소나무 몇 그루가 있어 정말 멋졌는데 소금기로 고사되어 지금은 검은 잔재만 남았습니다. 앞으로 몇 십 년쯤 심한 태풍이 없어야 다시 옛날의 아름다운 소나무를 보게 되겠지요.

 그리고 그 남쪽의 갯바위를 보십시오. 능히 여남은 명이 앉거나 쉴 정도로 평평하지 않습니까. 저 바위가 바로 옛날 송도의 청년들이 용감하게 다이빙을 하던 자리라고 합니다. 그러나 어린이들은 바위가 상당히 높고 수심도 깊어 바로 뛰어내리면 위험하여 낭심을 두 손으로 꼭 감싸고 다리부터 뛰어내리는 소위 <배치기 다이빙>을 했다니 얼마나 우스꽝스럽기도 했겠습니까?

 깜찍한 여배우의 작은 애교점처럼 저 앙증맞은 볼레섬을 여러분들 오래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2-3 묘박지와 관제탑

여러분, 이번에는 고개를 들어 저 남쪽 바다를 한 번 보십시오. 눈앞에 크고 작은 배들이 많이 보일 것입니다. 저기가 바로 부산항에 드나드는 배들이 며칠씩 쉬어가는 배들의 주차장, 즉 묘박지(錨泊地)입니다. 전국에서 제일의의 묘박지인 것입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산꼭대기를 보십시오. 송신탑처럼 생긴 둥근 철탑하나가 보일 것입니다. 저 묘박지의 수많은 선박들을 통제하는 관제탑입니다. 사람들이 은하수를 <별들의 고향>이라고 부르듯 옹기종기 배들이 모여 자는 저 앞바다는 단순히 배들의 숙소를 넘어 <배들의 고향>일 것입니다. 거기다 부산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항구요, 선원회관, 어선원 회관등 선원복지시설이 두루 갖춰져 있으니 저 묘박지를 거친 모든 선원들이 꼭 한두 번씩은 들렀겠지요. 그렇다면 관제탑이 있는 이 언덕이 장승이나 솟대가 서있고 아침마다 여인네들이 누군가를 기다리며 무언가를 빌던 바로 그 고향마을의 성황당자리쯤 될지도 모르겠지요.

 여러분, 묘박지가 있는 저 남쪽 바다의 풍경은 매순간 새로운 모습으로 바뀐답니다. 그것은 날마다, 순간마다 무역선과 어선은 물론 남해안의 항구나 섬으로 떠나는 쾌속선을 포함한 모든 연안여객선이 떠나거나 들어오기 때문이죠. 그 각각의 선박에 실은 화물처럼 각각의 목표와 꿈이 있고 선원들의 설렘이 있고 반가움과 아쉬움, 그리움과 안타까움이 있겠지요.
 자, 여러분도 모두 이 푸르고 아득한 바닷가에서 모처럼 사춘기로 돌아간 듯 감상에 젖어 저 묘박지를 떠나는 배를 보면서 고향과 어머니와 또 다른 무엇인가 제각기의 그리움을 음미해보시기 바랍니다.
  


2-4 해안초소

여러분, 잠깐 걸음을 멈추고 발밑을 보십시오. 움푹 패인 웅덩이를 둘러싼 낮은 돌담과 오솔길의 흔적이 보이시죠? 군에 갔다 오신 분은 잘 아시겠지만 해안경비초소의 잠복호입니다.
 여러분, 이 암남공원에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해안난대림을 비롯한 희귀한 야생화, 새와 곤충등 그 식생이 잘 보존된 것은 오랫동안 혈청소라 불리는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입구를 차단한 덕이기도 하지만 그 보다는 경비부대가 자리해 민간인출입이 금지되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1970년대 말인가 인근 다대포해수욕장에 무장간첩이 상륙하다 잡힌 일이 있고부터는 더욱 더 철통같이 지켰을 테니 동식물의 생태보호에야 금상첨화였겠지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해안초소로 인해 초병들이 길을 내려 나무를 베고 식수를 찾느라고 숲을 휘저어 곤충이나 새를 놀라게 하고 군홧발에 묻어 낮선 외래식물의 씨앗이 유입되기도 하였겠지요. 또 배를 타고 암남공원을 돌다 보면 볼레섬 맞은편처럼 해안선이 돌출된 절경의 바위마다 생뚱맞은 초소들이 자리 잡고 있으니 득실이 반반이라 하겠지요.
 어쩌면 숲과 자연이란 단지 산과 바다같은 공간뿐 아니라 봄, 가을을 비롯한 긴 시간속에 펼쳐진 것일 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분단의 산물인 해안초소가 자연을 보존하기도 하면서 조금은 훼손하기도 했겠지요. 그러면서 숲그늘, 바위그늘마다 초병의 젊은 숨결과 긴 외로움도 얽혔겠지요. 저 날선 바위에서 겨울바다를 응시하던 어느 선량한 초병의 외로움을 한번 떠올리며 자, 이제 해안난대림으로 옮기기로 합시다.



2-5 해안난대림

여러분, 이제 암남공원만이 가진 비경. 해안난대림을 관찰토록 하겠습니다.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해안난대림이라고 하니까 여러분들은 벌써 야자수나 바나나열매를 떠올리지 않을까하는 점입니다. 그냥 식물분류상 해안난대림일 뿐이지 따뜻한 남쪽바닷가 부산에서는 주변에서 흔히 보던 나무들일 수도 있습니다.

 용역보고에 의하면 이곳 암남공원에는 난대수종인 동백나무, 후박나무, 돈나무, 천선과나무등이 다소 분포되어있고 또 해안림인 사철나무, 보리밥나무등이 자라고 있답니다. 그러나 이 해안난대림은 대부분 저 앞쪽 경사가 심한 바위언덕을 중심으로 분포하고 있어 여러분이 하나하나 일일이 관찰하기는 상당히 위험합니다. 그러나 부산의 시화인 동백은 평소에도 많이 보던 꽃이고 또 일명 보리수로 불리는 보리밥나무는 낚시터로 내려가는 계단주변에 흔한, 이파리에 흰 빛이 도는 나무이니 자세히 한번 관찰해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 앞에 보이는 저 푸른 남항을 비롯하여 우리나라의 연근해에서는 점점 명태같은 한류성어류기 사라지고 참치같은 난류성어류가 많이 잡힌다고 합니다. 이와 같이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면 이곳에서도 동백나무, 후박나무, 보리밥나무등 활엽수로 이루어진 열대림이 점점 북상하고 소나무등 침엽수로 이루어진 온대림은 점점 더 북쪽으로 밀려나고 말겠지요. 이곳의 환경이 인간의 개입이 없이 자연생태의 변화 그대로 유지된다면 우리 후손중의 누군가는 저 바닷가언덕에서 망고나 바나나열매가 익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겠지요.




2-6 해안단층

여러분 잠깐 걸음을 멈추고 저 건너편 해안단층을 보십시오.   가까운 모지포주민들이 시루떡바위라고 부르는 적갈색 지층들이 마치 어느 할머니가 방금 쌀가루와 팥고물을 켜켜이 쌓아 시루떡을 안치 듯 길게 펼쳐져 아랫부분의 퇴적암과 윗부분의 화산암이 적갈색, 주황색, 회색등 현란한 지층을 형성하여 한 폭의 유화처럼 번져나지 않습니까? 그리고 크고 작은 바위섬과 암반에도 성난 파도가 하얀 물거품을 날리며 울부짖지 않습니까?

 이 암남공원의 이 지층은
 ▶ 약 1억년전 부산지역에서 호수바닥에 펄이나 자갈모래들이 쌓여서 퇴적암이 형성되고
 ▶ 약 7천 만 년 전 격렬한 화산활동으로 마그마의 관입이  일어난 후
 ▶ 약 3천 만 년 전 지각상승과 침식작용으로 산과 골짜기가 만들어지고 장군반도가 형성되면서 아래위로 퇴적암과 화산암의 놀랄 만큼 아름다운 지층이 형성되어 바다와 접하게 되었으며
 ▶ 현재까지 해안선이 계속 깎이면서 지층은 매일매일 더한층 아름답게 조각되어 가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 좀더 쉽게 설명하자면
 만약 여러분이 배를 타고 저 해안선을 돌아본다면 정말 웅장하고 아름다운 해안지층의 파노라마와 해조류와 조개들이 다닥다닥 붙은 갯바위에서 옛날 공룡발자국을 연상케 움푹 파인 구덩이들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오밀조밀한 리아스식 해안 특유의 해식동굴인 코끼리 코모양의 두 구멍의 <코굴>과 풍랑이 심할 때 어부와 해녀들이 대피한다는 <용굴>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절벽아랫부분은 매우 경사가 심하지만 낚시객의 안전을 위해 설치한 철계단을 조심조심 내려가면 갈 수는 있습니다. 만약 꼭 절경을 보시려면 다음 기회에 등산화등 채비를 단단히 차리고 가보시기 바랍니다.
 그 정도의 노고를 감수한다면 적갈색 해안단애가 푸른 바다의 흰 파도와 눈부신 태양아래 펼쳐진 거대한 파노라마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 환상의 파노라마는 갑자기 별천지에 온 것처럼 매우 황홀한 빛의 다발로 마치 환상속이나 초현실의 느낌을 주며 그 어지러운 느낌이 마치 뭉크의 <절규>라는 그림의 배경처럼 몽환적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도 무엇인가 울부짖고 싶은 그런 기분이 될 것입니다. 팍팍한 도시생활에 지쳐 무언가 울부짖고 외치고 싶은 분이 계신다면 다음 기회에 꼭 한번 접근해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2-7 포구나무쉼터

여러분, 이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는 쉼터에 오니 뭔가 편안하며 시원한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여기가 암남공원에서 제일 넓은 골짜기로 유일하게 샘물이 있는 곳입니다. 옛날의 나무꾼이나 나물 캐는 처녀는 물론 최근의 초병들까지 유일하게 식수를 구할 수 있는  곳이지요. 그래서 목마른 산짐승과 새는 물론 나비와 잠자리등 많은 동물과 곤충이 모여드는 곳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앉아 쉬는 벤치에 그늘을 제공해주는 저 커다란 포구나무를 잠깐 보십시오. 정확한 수령은 알 수 없지만 가끔 태풍이 부는 바닷가에서 저만큼 자랐다면 꽤나 오래된 고목일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 나무그늘은 예로부터 이곳을 지나치던 나무꾼과 풍랑을 피하던 어부나 목마른 다람쥐, 소금기가 부족한 나비나 잠자리들이 제각각 휴식을 취하며 체력을 재충전하던 곳이었겠지요. 또 가장 쉽게 나비와 잠자리와 다람쥐를 관찰할 수 있는 장소압니다. 오늘도 오래 인적이 끊어지다 모처럼 우리가 도착하게 된 것이겠지요.

 자, 여러분 시원한 샘물도 한잔씩 마시면서 태고의 숲과  바다를 보면서 잠깐의 휴식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2-8 외톨이새 황조롱이

이번에는 암남공원의 새들의 왕, 황조롱이를 알아볼까요?
 암남공원의 상공에는 불시에 한 번씩 사나운 육식조류이며  천연기념물 223호로 지정된 황조롱이가 출현한답니다.
 황갈색의 웅장하고도 날렵한 몸매에 거대한 날개를 펼치며 가끔 영도의 태종대 등지에서 아주 가끔 날아와 목격하기가 매우 힘들답니다. 주로 새나 쥐를 잡아먹는 맹금류로 먹이사슬의 맨 위층에 자리한 이 황조롱이 한 마리를 먹여 살리려면 엄청 넓은 숲과 새와 쥐들이 있어야겠지만 아무튼 암남공원에는 둥지가 없답니다. 게다가 이 황조롱이는 매번 혼자서 날아오는 외톨이새랍니다.

문득 박재삼의 시조 <기러기>가 생각나는군요.

 하 많은 기러기 중에 서릿발 깃에 젖은,
 어미도 아비도 없는, 그 위에 누이도 없는
 그러한 기러기가 길을 내는 하늘을...

 제 아무리 새들의 제왕이라 하여도 그런 외톨이새라면 얼마나 서글프고 외롭겠습니까? 마치 조용필의 노래 <킬리만자로의 표범>처럼 비록 굳세고 고고해도 한없이 고독한 눈빛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우리 모두 암남공원의 외톨이황조롱이가 어서 빨리 짝을 찾아 나란히 날아가는 모습을 기대해보기로 합시다.




2-9 일곱점무당벌레를 찾아보세요(암남공원의 곤충)

여러분, 아 주변에는 이상하게 커다란 노송이나 참나무가 없고 낮은 관목림과 잡초들이 가득하지요? 바로 한 5년전에 산불이 난 자리입니다. 산불이 나서 불탄 나무들이 베어진 자리에는 이듬해에 고사리를 비롯한 양지에서 잘 자라는 식물과 여러 가지 야생화와 잡초들이 우거지게 되는데 그 기간에는 수많은 나비와 곤충들이 자리 잡아 일종의 야생화와 곤충의 학습원이 되는 셈이죠.

 97년 학술조사보고를 보면 암남공원에는 땅강아지, 고추잠자리, 왕귀뚜라미, 실베짱이, 여치, 방아개비, 땅메뚜기, 왕사마귀, 말매미, 호랑나비, 배추흰나비, 노랑나비, 푸른 부전나비, 솔나방등30종이 넘는 곤충이 서식하는 것으로 보고되어있고
 또 비교적 넓고 완만한 정상부분의 희망정일대에는 배추흰나비, 노랑나비, 고추잠자리등은 흔하게 관찰할 수가 있습니다. 또 간혹 반딧불이가 나타난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합니다.

 여러분이 잠깐 이 곳에 서식하는 곤충들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가 있을 것입니다. 비교적 흔한 배추흰나비나 고추잠자리, 꿀벌들을 관찰하는 것도 좋지만 여치, 실베짱이, 방아게비가 날아가는 무지개 빛 날개를 볼 수있다면 상당한 행운이 되겠지요. 또 등에 일곱 개의 아름다운 갈색점이 찍힌 일곱 점 무당벌레를 발견한다면 실로 엄청난 요행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자, 여러분 방아개비나 배추흰나비, 실베짱이나 고추잠자리 아니면 일곱 점 무당벌레의 행운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구경만 하시고 절대 손으로 잡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채집통보다는 기억속에 간직한 곤충이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을 것입니다.


2-10 새들의 땅, 두도

여러분 바다건너 맞은편을 보시죠. 아름다운 등대가 있는 작은 섬이 보이시죠. 저 섬이 바로 두도입니다. 한자로 머리두자 頭島인데 모지포원주민들은 <대가리섬>이라는 투박한 이름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여러분, 지금의 지형이 이루어지기전의 이곳은 어떠한 형상이었을까요? 이 땅 역시 빙하, 화산, 지진, 해일로 지표면이 수많은 침강과 융기를 반복했겠지만 지금의 우리나라 동남해안에서 중국에 이르는 바닷가에 두루 공룡의 발자국이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 서남해안일대는 거대한 초원이나 호수였을 것으로 추정된답니다.
 그래서인지 이 암남공원일대도 장엄하고 변화무쌍한 해안단층과 암반이 분포되어 있고 갯바위에는 공룡발자국을 연상시키는 작은 웅덩이나 구멍들이 산재하며 특히 저 두도에는 학술조사결과 공룡알과 씨앗으로 추정되는 흔적이 발견되기도 했답니다.

 여러분, 지금 우리 눈앞의 저 섬에서 살아가던 거대한 초식공룡과 그 뒤를 쫓는 사나운 육식공룡이에 텐트처럼 커다란 날개를 가진 익룡, 아니면 김수정의 만화에 나오는 아기공룡 둘리가 혀를 소옥 내밀면서 나타난다고 상상하면 얼마나 신기하겠습니까? 아직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은 원시의 섬 두도를 보면서 자유로운 상상의 날개를 한 번 펴 보시기 바랍니다.

 지금 전방에 바라보이는 섬 동쪽기슭의 빾빽한 나무들이 바로 동백군락지입니다. 또 종유석이 매달린 동굴과 두 개의 지층이 교차하는 지질학의 현장도 있답니다. 낚시꾼들의 말에 의하면 지금도 바위가 무너지고 길이 막혀 섬을 돌아다니기가 많이 불편하다는데 지금도 섬 일부가 조금씩 무너진다는데 원시의 섬에서 풍화작용으로 바위가 무너지는 것이야말로 살아있는 지구의 숨소리가 아니겠습니까?

 여러분, 혹시 한자의 섬도(島)자가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아시는가요? 바로 뫼산(山)자위에 새조(鳥)자를 얹어놓은 것입니다. 여러분이 TV에서 본 독도처럼 인적 없는 섬들이야말로 수많은 바닷새들이 자유롭게 비상하며 짝을 짓고 알을 품는 가장 안전한 서식지가 아니겠습니까?.
 저 두도만이라도 본래의 주인인 재갈매기와 괭이갈매기가 새끼를 치고 민물가마우지와 해오라기가 철마다 찾아오는 원시의 섬으로 남았으면 합니다. 21세기 원시의 섬으로 말입니다.



2-11 국제수산물류무역기지

여러분, 왼쪽을 보십시오. 나뭇가지 사이로 커다란 건물들이 보이시죠. 저기가 바로 감천신항만에 조성된 국제수산물류무역기지이며 저 커다란 건물들은 수산물가공공장과 냉동창고들입니다. 또 바로 우리발 아래도 시퍼런 바닷물과 나란히 서있는 긴 건물이 보이시죠? 저곳은 연근해와 원양에서 잡은 모든 물고기를 집산하여 하역, 입찰, 판매, 포장, 수송이 원스톱시스템으로 처리하고 있는 공영수산물도매시장입니다. 한마디로 전국최대의 수산물기지입니다.

 이 단지가 소재한 우리서구에는 고등어와 오징어를 비롯한 연근해어업의 수산물을 2/3이상 위판하는 공동어시장까지 남부민동에 소재함으로서 횟감인 활어에서부터 구이와 찌개, 제수용품을 비롯하여 찬거리이든 간식용이든 건강보조용이든 어묵이든 그 용도와 형상, 가공형태를 불문하고 모든 수산물이 이 물류단지를 통해서 우리국민들의 식탁에 올려진다고 하겠습니다.

 이 국제수산물류무역기지는 동양 최대의 규모로 수산물류기능의 현대화를 추구하고 수산물수입 자유화에 대비하며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시설이며 총12만여㎡ 부지에 전용부두 500M, 12동의 관련건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여러분, 세계각국의 패총유적에서 예외 없이 어패류의 흔적이 발견되듯이 물고기야말로 우리 인류의 가장 오래고 친숙한 이웃이며 또 식생활의 많은 부분을 감당해온 꼭 필요한 자원이었습니다. 가히 한국수산물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이곳 부산서구에서 저 단지를 바라보는 오늘의 탐방이 앞으로 여러분의 식탁에 더 많은 생선이 오르게 하는 게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조개와 꽃게와 횟감과 생선과 어묵과 오징어든 모든 형태의 수산물을 접할 때마다 한국의 수산중심인 아름다운 고장 우리 서구를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2-12 서구의 대표새(직박구리와 맷비둘기)

암남공원에는 어떤 새들이 살고 있을까요? 또 얼마나 살고 있을까요?

 우선 바닷가이므로 재갈매기, 괭이갈매기 해오라기, 민물가마우지 등이 살고 울창한 숲에는 직박구리와 참새, 붉은 머리오목눈이, 꿩, 멧비둘기, 까치와 산까치인 어치 등이 살고 있으며 맹금류인 솔개와 천년기념물 제223호인 황조롱이까지 모두 텃새22종, 철새18종 총40종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1997년 용역조사결과임)

 그렇다면 어떤 새가 가장 많이 살고 있을까요. 암남공원 대표종은 붉은 머리 오목눈이이고 서구전체 대표종은 직박구리라고 합니다. 그리고 서구의 상징물인 비둘기는 주로 주택가에 살며 암남공원에는 그 4촌에 해당되는 맷비둘기가 살고 있답니다.

 여러분, 혹시 맷비둘기를 보신 분이 있습니까? 시골에서 자란분이라면 밭에 뿌린 콩씨와 새순을 사정없이 먹어치우는 그 얄미운 맷비둘기를 잘 아시겠지만 도시에서 자랐다면 비둘기라면 오로지 뚱뚱하게 살이 찐 도시비둘기만 보아서 물 찬 제비처럼 날렵한 맷비둘기를 잘 모르실 겁니다. 맷비둘기늘 침침하고 위험한 숲에서 조심조심 먹이를 찾아 헤매기 때문에 비둘기보다 덩치가 훨씬 작고 날씬한 몸매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세상의 새중에서 그 육질이 가장 맛있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어떻게 손쉽게 맷비둘기를 구별할 수 있을까요? 예, 아주 간단합니다. 맷비둘기는 체형이 날씬할 뿐 아니라 목덜미가 진초록 빛 깃털로 화려하게 장식한 집비둘기와 달리 몸 전체가 수수한 회갈색이 계통이며 특히 날아갈 때 꼬리깃에 아주 아름다운 갈색 줄이 선명히 드러난다는 점입니다.(비둘기는 없음) 말하자면 비둘기가 화려하게 치장한 도시풍 미인이라면 맷비둘기는 수수한 산골처녀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렇다면 서구에서 가장 많이 산다는 직박구리는 어떤 새일까요? 우리들이 도시의 가로변이나 공원 또는 주택가 골목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비둘기보다는 작고 까치보다는 좀 덜 검은 회색빛이 도는 시꺼멓고 못 생긴 새가 바로 직박구리입니다. 나무열매는 물론 지렁이와 벌레와 곤충도 먹고 쓰레기장도 뒤지는 그 식욕이 왕성한 직박구리는 그 울음소리마저 찌이찌이 영 아름답지가 못 합니다.
 비록 멋은 없지만 식욕과 번식력이 제일 강한 직박구리가 사람들과 오래 동행해온 참새같은 작고 아름다운 새들을 도시에서 몰아내었다는 것은 언뜻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라는 말을 떠올리게 하지만 무엇이든 생명체는 종의 다양성을 구성하는 지구가족이라는 점에서 어쩔 수가 없는 일이기도 하겠습니다.



2-13 옛사람들은 꽃이름을 어떻게 지었을까?

여러분, 잠깐 걸음을 멈추고 발아래를 한번 휘휘 둘러보십시오. 건성으로 보아도 10종류이상, 고개를 숙이고 찬찬히 본다면 아마도 수십 종 이상의 야생화와 나무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암남공원에는

 봄에 피는 개쑥갓, 민들레, 방가지똥, 개여뀌, 솜방망이, 엉겅퀴, 땅채송화, 큰개불알꽃 산딸기, 산개불주머니 등과

 여름에 피는 개망초, 등골나무, 쑥부쟁이, 닭의장풀, 며느리밑씻개, 며느리배꼽, 물봉선, 술패랭이 외에

 백여 종이 넘는 야생화가 서식하고 있습니다. 길가나 잔디밭에서 흔히 밟히는 평범한 잡초들도 자세히 관찰하면 어느 것이나 일 년에 한번은 꽃을 피우고 씨를 맺는 그저 단순한 풀이 아닌 모두다 야생화들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야생화이름을 살펴보면 개쑥갓, 개여뀌, 큰개불알꽃, 산개불주머니, 개망초 등 유난히 개짜(字)가 많이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그것은 옛날 원시인들이 식물의 열매나 잎, 씨앗을 먹고살던 수렵채취시설에 먹어도 되는 식물과 먹으면 죽는 독초나 독버섯을 자식들에게 알리기 위하여 눈에 보이는 모든 식물에게 이름을 지었는데 그중 그 모습이나 열매가 보기에 시원찮으면 떨어지면 개망초, 개여뀌, 돌미나리처럼 <개>자나 <돌>자를 붙이고 그럴듯하면 원앙이사촌등 <사촌>자를, 썩 괜찮다면 미나리아재비등 <아재비>자를 붙였기 때문이랍니다.

 그리고 야생화중에는 큰 개불알꽃, 며느리배꼽, 며느리밑씻개등 어감이 좀 묘한 이름들이 있지요? 우선 저 단풍잎 같은 다섯 손가락을 가진 가시덩굴인 며느리배꼽과 타원형의 가시가 무성한 잎을 가진 저 며느리밑씻개는 옛날 농사짓고 살던 시절에는 고부갈등이 심하던 시절이라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미워하며 지은 이름이랍니다. 줄기와 잎에 가시가 억세어 만지기만 하면 손발이 긁히었기 때문에 말입니다.




2-14 다람쥐와 청설모

암남공원의 저 빽빽한 풀숲이나 침침한 나무그늘에는 어떤 동물들이 살고 있을까요? 우리가 앞에서 일곱점무당벌레와 배추흰나비등 수많은 곤충이 암남공원에 사는 것을 알았다면 반드시 그 곤충을 잡아먹고 사는 천적관계의 짐승들이 있기 마련이겠지요.

 우선 전문적으로 땅속을 뒤져 지렁이와 애벌레들이 잡아먹는 두더쥐가 있고 잡식성의 땃쥐, 대륙밭쥐, 등줄쥐, 시궁쥐가 있으며 드물게 집박쥐도 산다고 합니다. 그리고 좀 큰 짐승으로는 노루의 일종이며 초식성인 고라니가 있고 여러 종류의 쥐와 다람쥐를 즐겨 잡는 족제비가 있고 마지막으로 아주 골치 아픈 존재, 사람들이 키우다 버린 집고양이들이 무법자처럼 숲속을 어슬렁거리기도 합니다.

 누구나 오솔길을 연상하면 언뜻 다람쥐가 떠오르듯 암남공원에도 많은 다람쥐가 살고 있습니다. 초등학생의 동요에 다람쥐는 도토리 점심을 가지고 소풍을 간다고 하는데 사실 요즘 암남공원의 다람쥐는 느긋하게 소풍을 다닐 형편이 못 됩니다.
 그것은 자신보다 훨씬 크고 사나운 청설모가 숲을 점령, 밤, 도토리 개암, 솔방울속의 솔씨들을 닥치는 데로 먹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이제 끼니가 다급한 다람쥐들은 도토리가 생긴다면 소풍을 가기보다는 겨울양식을 위해 청설모 몰래 땅속에 묻을 것입니다.
 그 후 다람쥐가 잊어버린 도토리가 싹이 터서 나중에 울창한 숲이 되어 다시 도토리를 열매 맺어 다람쥐를 먹여 살린다니 숲의 생태는 참 묘하기도 하지요.


2-15 우리는 떠날 준비가 되었는가?(조각의 세계)

여러분, 이제 비로소 조그마한 평지가 나오니 조금 숨통이 트이십니까? 이곳이 바로 암남공원에서 제일 넓은 공지 중앙광장입니다. 수도시설과 화장실, 벤치가 있으니 한 5분 휴식을 취하도록 하겠습니다.

 (잠시 후) 여러분, 속담에 <노느니 염불>이라는 말이 있는데 편안한 자세로 저 앞의 조각품을 한 번 보십시오.
 저 커다란 조각품들은 암남공원을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하던 2002년 해운대백사장에 전시되었던 부산국제비엔날레 전시 조각품들입니다. 상대적으로 문화시설이 적은 서부산에 유치한다는 명목으로 부산시와 비엔날레관계자등에게 집요하게 섭외를 해서 어렵게 들여온 것입니다. 세계적인 거장들의 작품이니 가격도 엄청나답니다.

 여러분, 예술작품은 아는 만큼 보이고 또 보이는 만큼 안다는 말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무엇이 좀 느껴지고 좀 알 것 같이 눈에 들어오십니까? 도저히 잡히는 것이 없다구요?
 그러나 걱정할 것은 없습니다. 현대예술은 회화나 조각, 심지어 시에 이르기까지 많은 장르가 마치 너무 복잡하고 긴박해 마치 늘 일상에 쫒기고 허둥대던 도시인들이 갑자기 전류에 감전되듯 찌르르한 충격을 주는 듯 그런 패턴이  아닌가도 싶습니다.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보이지 않으면 느끼고 느낌이 없으면 그 뿐입니다.
그래도 그러한 작품을 한 번 대하고 나면 표현을 할 수 없지만 뭔가 느껴지는 듯도 하고 왠지 뿌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며 그런 전시장을 통과함으로서 괜히 문화적으로 뭔가 업그레이드된 듯 느낌도 받으니 아무튼 손해 볼 일을 아닙니다. 참 묘한 일이지요.

 자, 그러면 저 뒤쪽에 4각의 틀 안에 우산과 양복이 걸려있는 조각품을 보십시오. 아마 주제가 떠나감 또는 떠남의 준비로 설정된 모양인데 저 4각형의 가방테두리가 유선형의 비행기나 선박의 동선과 대비할 때 이번의 떠남이 결코 순탄하지는 못 할 것만 같은, 어쩌면 늘 떠나고 싶으면서 멈칫멈칫 주저앉는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 같군요.
 매일 출퇴근을 하며 가족을 떠나거나 스쳐가는 봄과 가을과 나비와 잠자리처럼 또 문득 멀어지고 헤어지는 친구와 부모형제와 이웃처럼 우리는 자신이 떠나거나 무엇을 떠나보내는 일에 얼마나 익숙해져 있으며 또 저 조각의 우산이나 가방처럼 얼마나 준비되어 있을까요?

 어느 날 문득 내가 한 장의 낙엽이 되어 어디론가 떠난다면, 어쩌면 영영 돌아오지 못 한다면, 또 내게서 그렇게 떠나가는 고향이나 어머니, 그 옛날의 정인(情人)이나 황홀한 추억 같은, 그 누구나 그 무엇이 있다면 우리는 정말 마음속에 차분한 떠남의 준비가 되어있을까요. 그런 떠나감을 압축하는 한마디의 명료한 대사는 준비가 되어 있을까요?



2-16 반딧불이가 사는 마을

여러분, 학창시절, 특히 졸업식장 같은 데서 형설지공(螢雪之功)이란 말을 참  많이 들었을 것입니다. 전기도 석유도 없던 옛날 가난한 선비들이 촛불을 켤 형편이 되지 않아 여름에는 반딧불로, 겨울엔 반사되는 눈(雪)빛으로 책을 읽어 학문을 이루고 훌륭한 사람이 되었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이곳이  그 반딧불을 꽁무니에 매달고 날아다니는 반딧불이가 사는 숲입니다. 그러고 보면 참으로 유익하고 많은 것을 시사하는 곤충이지요.

 그리고 박인희의 <개똥벌레>라는 노래도 잘 아시죠? “아무리 우겨 봐도 친구가 없어...오늘밤도 나 홀로 울다 잠이 드는” 그 외로운 개똥벌레가 저 점잖은 반딧불이라면 느낌이 이상하십니까? 그렇습니다. 우리 어릴 적의 한여름에는 들판 가득한 벼 포기 위로 수많은 반딧불이 날았다 떨어지며 마치 은하수의 별무리가 쏟아지듯 장관을 이루었지요. 호기심에 한 마리를 잡아보면 조그맣고 못 생긴 개똥벌레의 꽁무니에서 싸늘한 느낌의 작은 불티가 금방 켜졌다 꺼졌다 했습니다. 농촌아이라면 대낮의 골목길의 개똥에서 흔히 보던 바로 개똥벌레였습니다. 그러니까 반딧불은 개똥벌레불이기도 한 셈인데 한여름 짝짓기철을 앞두고 수컷이 암컷에게 구애의 신호를 보내는 것이 바로 반딧불인 것입니다.

 불과 십여 년전 만 해도 농약의 과도한 사용으로 우리나라 전역에서 반딧불이를 보기 힘들다는 이야기, 그 형설지공과 외톨이라는 두 얼굴의 곤충이 어쩌면 멸종될지 모른다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습니다. 1급수에만 산다는 다슬기를 먹기 좋아하고 다슬기의 입속에 산란을 하여 번식한다는 반딧불이는 나날이 오염이 심해가는 절대적인 위기에 처한 것이죠.
 그러다 논과 도랑에서 밀려난 반딧불이가 깊은 산속의 작은 개울가나 바닷가숲속에서 간혹 발견되면서 반딧불이가 나타나는 곳은 오염이 되지 않은 청정지역으로 반딧불은 노천명의 시 <노루>처럼 청정지역에만 사는 고귀한 생명체로 인식된 것이죠.

 이곳 암남공원도 오랫동안 군사지역으로 묶여있던 덕으로 반딧불이가 살게 된 모양입니다. 어쨌거나 우리가 오늘 반딧불이가 사는 숲에 서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고 반딧불이가 사는 이 숲이 참으로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여러분, 이 청정한 땅 암남공원을 늘 기억하고 자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2-17 사라진 포구들(모지포와 백지포)

여러분, 잠시 고개를 들어 저 남족 산 아래를 보십시오. 국립수의과학검역원 뒤쪽으로 슬래이트집을 포함한 나지막한 건물들이 보이시죠? 바로 모지포마을입니다.

 1991년 발간된 <서구향토지>와 1994년 발간된 <서구민속지>에 의하면 엣날 괴정동에 목마장이 있어 거기서 길러낸 말을 장군산 서쪽 소로를 따라 몰고 와서 중앙에서 파견된 목자(牧子)에게 검사를 받아 배에 실어 중앙으로 보내었다고 하며 1850년까지 약 10세대의 어민이 사는 어촌으로 나와 있습니다.
 그러나 모지포에서 태어나서 모지포를 떠나본 일이 없다는 모지포 노인회장 김성기(67세)씨에 따르면 모지포마을은 1918년 일본인에 의해 혈청소가 들어서면서 혈청소의 관사와 혈청소직원들의 거주지로 생긴 마을로서 자기의 선대로부터 조선시대에 말을 검사했다는 등의 이야기는 전연 들어본 일이 없다고 했습니다. 주민 대부분이 혈청소에 다녔고 채소재비나 어업으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징집, 징용도 면제되고 김장거리와 안남미가 지급되는 혈청소취직을 최고의 희망으로 쳤으며 자신도 혈청소에서 정년퇴직을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모지포는 보통의 농어촌 자연부락이 가지는 성황당이나 농악대도 없었으며 산신제나 풍어제를 지낸 일도 전연 없다고 합니다. 어찌 보면 마을자체가 국립수의과학검역원과 궤적을 같이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 이는 아마도 옛날 말을 검사하던 시절과 혈청소설치사이에 상당기간 공백기가 있었는지도 알 수 없으며 앞으로 전문가에 의하여 조사, 고증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반가운 이야기는 한 십여 년 전 모지포경노당 맞은편(경노당에서도 보이는) 수의과학원의 파란색창고건물을 지을 당시 땅속 깊은 곳에서 누가 박은 것인지 알 수없는 말목(나무기둥)들이 발견되었다는 것입니다. 이탈리아의 수상도시 베니스는 물로 고대인들이 강가나 호숫가에서 살 때는 진흙바닥에 참나무기둥을 박고 기초를 닦은 사례로 보아 어쩌면 암남동패총에 대한 단서가 될지도 모르지만 이 또한 수의과학원이전후 전문가들이 밝혀낼 문제일 것입니다. 참으로 많은 질문과 연구과제를 가진 마을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약간 더 북서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깎아지른 절벽이 보일 것입니다. 저곳은 매립전에 백지포라는 작은 포구가 있던 자리로 마을의 흔적은 저 위쪽 임도 옆에 등나무집이라는 작은 음식점하나가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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